말말말

시골집에 가니

오송형주니 2007. 6. 17. 18:52

 장마를 알리는 백합꽃이 집 앞 조그만 화단에 기분 좋은 향기를 가득 채우고

 논은 어느새 녹색으로 푸르르다.

 밭으로 가는 길모퉁이엔 개망초꽃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답고(예전엔 미쳐 몰랐다)

 밭뚝엔 호박덩쿨 사이로 정겨운 호박꽃 수줍게 내밀었다.

 그 아래엔 연분홍의 메꽃 곱디 고운 자태를 뽐내느라 바쁘고

 밭엔 아버지의 부지런함으로 잘 가꾸어진 아직은 이른 설익은 토마토며

 한여름 시원하게 먹을 어린 수박이며

 오이며

 도라지며

 콩순이며(아버진 모종을 위해 틔운 싹들을 먹으려 날아드는 비둘기들을 시간마다 찾아가 �아 내느라 바쁘셨다)

 보리밥에 걸쭉한 된장찌개와 듬성듬성 짤라 잘 익은 고추장과 비벼 먹으면 그만인 적상추며

 하모니카 불듯 먹다보면 너무나 맛이 있는 옥수수며

 고구마....(어릴땐 밤고구마가 맛있다고 했는 데, 요즘은 단맛에 물이 많은 호박고구마가 맛있단다)

 참깨와

찬밥 물말아 고추장에 풋고추 푹 찍어 먹으면 밥한끼 뚝닥하던 그 풋고추

(아이들은 고추를 따며 너무 즐거워 했다) 

 밭 가장자리에 풀처럼 자란 조며 

 시원한 맥주와 금상 첨화인 땅콩과

 향기가 잎을 스치기만해도 너무나 좋은 더덕...

 그리고, 아주까리

 횡계

 국 끓인 다고 베어낸 아욱과

 콩 

 시금치

 동부콩

 새 버린 무청

 파들이 가족처럼 심어져 있었다.

 예나 지금이나 고향은 그대로인 데 나만 변해가는 것은 아닌지......